지난 토요일 저녁 프리미어12 야구 결승전인 한국과 미국의 경기를 시청하던중 짬짬이 jtbc에서 방송중인 응답하라1988를 보곤 했는데 응팔속 택이가 바둑신동 역할을 하며 세계대회에서 연승으로 우승하는 부분이 나왔다.

난 이부분을 보고 "이게 뭐지?"라 중얼거리며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역사적 사극드라마가 아니면 드라마엔 별 감흥이 없는 나로서는 응답하라1988처럼 시대적 배경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는 나도 모르게 20여년전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짓게 만들기에 첫회부터 흥미롭게 시청해 오고 있는 중이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극중 프로바둑기사인 최택이가 연승전 방식의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장면이 나와 그래도 나름 80~90년대 애기가로 바둑에 애착이 강했던 나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든다.


우리나라의 프로바둑기사가 세계대회에서 최초로 우승을 한 것은 1989년 응씨배에서 조훈현9단 이었고 연승배 방식의 세계대회는 1991년도에 SBS가 개국을 기념해 개최했던 SBS배 세계바둑 최강자전 이었다.(이후 SBS는 진로배로 바뀌었다가 IMF이후 농심신라면배로 바뀌게된다.) 따라서 1988년도에는 우리나라의 프로기사가 세계대회 그것도 연승배 방식에서 우승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바둑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드라마인데 그까이것 허구로 만들면 어때?"라고 할지 모르지만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응답하라1988은 시대적배경을 소재로 만든 드라마이기에 역사적 사실을 허구로 꾸며내게 되면 드라마 본연의 의도가 훼손되고 보는이들도 어리둥절케 만들기에 이런부분은 사실을 바탕으로 연출되어야 할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아마도 첫회 방송분에 88올림픽을 소재로 드라마가 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부분을 2002 한일월드컵이 배경이 되었다면 드라마 제목과 내용이 얼마나 심각한 괴리감이 느껴지겠느냐 말이다. 이렇게 된다면 응답하라1988은 그당시 시대적배경을 담은 가족극이 아니라 코메디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1980년대 한국바둑은 중국과 일본에 기력이 한참 떨어져 그들에게 외면 받으며 절치부심 하던 시기였고 1989년 응씨배에서 조9단이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실력차를 좁히는 계기가 되었고 90년대에 들어와서 이창호의 성장으로 중국과 일본을 누르고 바둑 최강국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런 이창호가 80년대 한국바둑의 신동으로 이름이 알려진게 사실인데 아마도 응팔이의 이우정 작가는 이러한 바둑신동 이창호를 모티브로 극중 바둑신동 캐릭터로 택이를 설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우정작가와 이창호9단은 동년배로 아마도 이우정작가가 학창시절 국내기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이창호를 떠올리며 바둑에 관한 이야기를 극중에 넣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시대적 리얼리티가 생명인 응답하라1988은 아직 수십여회의 방송분이 남아 있는 극의 초반 상황이고 드라마의 성패여부는 추억속 여행을 즐기는 중장년층이 얼마나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극중 택이와 연관된 바둑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허구로 꾸며 낸 것이 사전조사를 미흡하게 한 작가진들의 무지의 소산인지 알면서도 시청자들을 기만하려고 한 전술적(?) 계산인지는 조금더 지켜바야 알겠지만 응답하라1994와 응답하라1997도 시대적 사실을 바탕으로 극이 전개되어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될 듯 싶다.

차라리 극중 캐릭터의 소재가 없다면 극중 혜리가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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